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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사리 들판
글쓴이 이명수 id admin e-mail test@test.com
작성시간 2009/06/25/18:54 조회수 2137 ip ******
첨부파일 평사리 들판.jpg


소설<토지>의 배경이 된 하동 평사리에서 내려다본 악양 들판엔 보리가 노울 춤춘다. 한 것 웃자란 보리가 바람의 장단을 타며 연초록을 물결처럼 퍼뜨리니 이내 길손도 초록에 물든다. 산으로 에둘린 들판이지만 그 넓이가 오십만 평에다 자른 주부처럼 반듯하니 숨이 탁 트인다. 못자리를 내느라 무논을 갈아엎는 농부의 뒤를 졸졸 따르는 백로는 미꾸라지며 벌레를 쪼느라 오가는 사람 안중 없고, 보리밭을 날아오른 꼬마물떼새의 지저귐이 보리피리 소리처럼 청량하게 들녘에 울려 퍼진다. 논일을 끝낸 농부가 바지춤을 툭툭 털며 나오자 어느 틈에 날아온 산비둘기 한 쌍이 논두렁에 떨어진 볍씨를 옹골차게 쫀다. 들판에서 일을 다 하고 나면 다들 쑥 캐러 산으로 올라갔다. 그걸로 할머니가 쑥버무리를 하시면 부뚜막에 쪼그리고 앉아 기다리며 침으로 허기를 때웠지요. 짐승들 먹으라고 남겨둔 볍씨는 아니지만 흘낏 눈길 한번 주고 씩 웃는 농부의 본새가 들녘만큼이나 넉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