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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와 민족성
글쓴이 이명수 id admin e-mail ahatool@naver.com
작성시간 2009/07/28/14:01 조회수 1459 i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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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곱기는 하지만 잗다랗다 할 만큼 작은 일순의 아름다움을 택하지 않고, 장대한 오랜 누림을 더욱 값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우리선인에게서 이 무궁화가 다년생의 목본인 점이 우선 호감을 준 것이다. 또 무궁화는 다른 예사의 꽃들처럼 사람의 시각, 후각을 일순에 자극할 만큼 현란하거나 향기로운 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사랑받는 꽃이 되었다. 우리 선인들은 홍도화, 백일홍 등을 너무 미려하다 해서 오히려 집안에 들이지 않았다. 그것은 은거하는 군자의 가라앉은 마음과 시선을 흩뜨려 놓지 않으려 했던 우리 선인들의 곧은 성품을 잘 나타내 주는 것이다. 우리의 선인들은 멋과 미를 시간, 거리, 중량의 단위로 계량하는 법이 없었기에 미인을 형용하여 돋아 오르는 반달 같은 얼굴, 맑은 눈, 붉은 입술, 하얀 이, 오똑한 코 등으로 표현하여, 지나칠 정도로 드러나는 아름다움보다는 은은한 보편의 미를 사랑하였다. 이런 우리의 선인에게 무궁화의 그 장대한 몸체를 뒤덮은 싱그런 잎은 그대로 한 무리의 자연이요, 있는 듯 없는 듯한 은은한 향기를 지닌 채, 꽃바탕의 대부분은 무색인 흰빛이요, 가운데에만 짙붉은 화심일 뿐 있는 듯 없는 듯한 색조의 꽃이었기에 은자의 풍격을 사랑하던 우리 선인들의 전통적인 취향에 꼭 들어맞는 꽃이다. 무궁화는 무엇보다도 은자의 꽃이라 할 수 있겠다. 의인은 우리 한국을 불러 은자의 나라라고 하였다. 무궁화는 첫째, 성을 따지자면 결코 여성이 아니다. 중성이다. 요염한 색채도 없고, 복욱한 방향도 없다. 양귀비를 너무 요염하다 해서 뜰에 넣지 않은 우리 선인의 취미에 맞는 은일의 꽃이다. 그리고 은자로서의 우리 선인의 풍모를 잠깐 상상한다면 수수한 베옷이나 무명옷을 입고, 살부채를 들고 조그만 초당 뜰을 거니는 모습과 잘 어울린다. 그뿐 아니라, 무궁화는 은자가 구하고 높이는 모든 덕을 구비하였다. 무궁화에는 은자가 대기하는 속취라든가, 세속적 탐욕 내지 악착을 암시 하는 데가 미진도 없고, 덕 있는 사람이 타기하는 요사, 망집, 오만을 찾아 볼 구석이 없다.